냉동고 청소
참으로 오랜만에 - (글쎄 1년? 설마 그정도는 아닐거 같고, 아니 그보다는 덜 된것 같고
아마도 몇달은 됐겠지. 적어도 여섯달은 됐을 것 같다, 근데 생각이 너무 안 난다.)
냉동고 청소를 했다.
그 냉동고도 벌써 40년 가까이 됐을 텐데-
그옛날 어느날 언니가 와서 친구남편이 냉동고를 회사직원가로 파니까 하나 사라고 해서 샀다.
그땐 그냥 한 번 사 본 것이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나 잘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한번도 고장이라는 것은 나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성에가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끼어서 그 점은 매우 불편하다.
전기를 키고 며칠만 지나면 서서히 성에가 끼기 시작해서 조금만 지나면
(얼마나? 글쎄 확실한 날짜 계산은 못하겠다)
바닥에 천장에 얼음이 자란다.
그러면 좀 참기도 하다가 드디어 참을 수가 없게 되면
전기스위치를 끄고 얼음을 녹이는데
그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냉동고 안에 내용물이 그리 많지 않을 때 그것들을 꺼내어 잠시 피신시킬 곳이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청소를 할 수 있으니까.
요즘 나의 낙이 인터넷쇼핑 홈쇼핑에서 먹을 거리 사는 것이라
요즘은 계속 냉동고가 꽉 차 있어서 청소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성에는 이미 한계점을 지난 지 오래고- 그리하여 냉동고 천장과 바닥이 얼음으로 꽝꽝차서
물건을 꺼내면 얼음가루가 우수수 같이 몰려 나오는데-
그래도 하여튼 언젠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며칠 전 아파트 구내방송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여름철을 맞이하여 변압기를 손보게되어 잠시 정전이 되겠노라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그 방송을 듣자마자 '아 이제야 기회가 왔구나' 생각하고
그날 냉동고 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차피 정전이니 때는 이때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 그날 부터 냉동고와 냉장고 냉장실 정리에 들어갔다.
정전 당일 아침에 해도 충분한 일이겠지만
나는 모든 숙제는 미리미리 해 놓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아마도 나의 타고난 성격이겠지-
아무 것도 안하고 오늘 아침까지 기다린다는 게 오히려 지루해서
우선 일단계로 중요한 (냉동상태 유지가 특히 필요한) 음식물들을 발췌해서
냉장고 냉동실로 이동해놓고 완벽하게 정리를 해놓았다.
(냉장고는 전기를 끄지 않고 정전이 돼있는 동안에는 문을 꽝꽝닫고 열지않을 예정이니까)
냉동실이 꽉찼는데 배열맞춰 아주 잘 정리가 되었다.
내가 봐도 기특하고 감탄스럽다.
(내가 물건 정리하는 것, 짐싸는 것들을 잘 하는데
그래서 식구들이 내가 여행가방 싸는 걸 보고는 다 감탄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꽉 차게 만든 가방을 내가 헐렁하게 만들어놓으니까)
오늘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전이 될 예정이라고 해서
어젯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을 맞았다.
'결전의 날'(?)을 맞이하여 미리미리 준비테세- 라기보다는
일단 자며는 아침에 못 일어나니까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아침시간이 내게는 제일 잘나가는 잠 시간이다)
아예 밤을 새워 아침을 맞이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9시 이전까지 냉동고를 다 비우고
냉장고 냉장실에서 좀 가벼운(?) 물건들을 빼내고
거기에 냉동고에서 꺼낸 비교적 가벼운(?) 물건들을 냉장실로 옮겨 놓고
냉동고는 아예 전원스위치를 아웃시켜놓고
서랍들을 빼놓고
칸칸이 층마다 신문지들을 깔아 넣어놓고
(얼음 녹은 물을 걸레로 치우면 물기있는 걸레를 짜고 헹구고 하는 것이
참으로 힘 든 노릇이다.
신문지를 깔아서 물을 그냥 빨아들이면 짜는 노력 안 들여도 되고
신문지는 말리면 되니까 편리하다. 다년간의 고생끝에 얻은 노하우다)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정전시간은 애초에 얘기한 것보다 3시간정도 단축되었고
그 안에 냉동고 얼음도 다 해동이 되어
그 많은 신문지들이 얼음물로 푹 젖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벼르던 냉동고 청소를 할 수 있어 기분이 좀 가벼워졌다.
당분간은 냉동고를 조금 헐렁하게 놓아두고 싶지만
그러나 뭐 나는 워낙 정리를 잘 하니까 뭘 또 사게되더라도
얼마든지 들어갈 자리는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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