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경운홈에 올린 글)
백만송이 장미의 선율을 들으며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슬퍼보인다.
아마도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의 선율때문인가보다.
아주 슬픈 멜로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애잔한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가
내 마음을 사알짝 짜안하게 만든다.
이 음악을 선물한 후배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라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내 눈에는 여전한 열여덟살로 보이지만 나보다 두 살 아래니
벌써 마흔 여덟이다.
아무렴 자식 잃은 엄마의 가슴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알 수나 있을까.
이해하고 미루어 짐작하고 같이 울어줄 순 있겠지만
어디 그 깊이를 감히 헤아릴 수나 있을까.
더구나 어린아이같은 귀여운 얼굴을 한 엄마라면.
엄마를 잃은 그사람도 불쌍해보인다.
자기 엄마의 제삿날만 되면 온통 신경이 날카로와져
식구들한테 있는대로 트집을 잡아 성질을 부리던 그가
지금 슬퍼보인다.
한창나이 열아홉 스물에 유일하게 의지하고 살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버렸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이제야 내가 오십이 되어
나의 아이들이 스물이 되어
나의 엄마가 파파할머니가 되어
내가 언제 갑자기 고아가 될지 모르는 때가 되어
비로소 조금 헤아림이 간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과 모든 아이들이 더 이상 터무니없는 슬픈 기억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아직도 생각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회화나무 (0) | 2007.12.08 |
---|---|
나는 특이한 종자? (0) | 2007.12.03 |
맨발의 이사도라 (0) | 2006.12.05 |
그냥 속절없이 쓸쓸했다 (0) | 2006.04.22 |
광화문과 냉이 (0) | 2006.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