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스크랩] 다시 그림을 그려 볼까나

여왕폐하님 2017. 5. 29. 12:47

나는 지금 다시 그림을 그릴 생각에 부풀어 있다.

아니 그보다는 화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더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하다.


2002년에 개인전을 끝내고 나는 붓을 접었다.

하- 그리 말하니 뭐 대단한 화가의 퍽이나 고뇌스런 결정인 듯하지만

뭐 그런 거창한 상황은 물론 아니고

그러나 물론 고뇌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쨌든 여러모로 내가 그림을 계속 한다는 것이

무얼까 좀 사회 발전에 전혀 도움도 되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부담만 주는 일인 듯한 생각이 들어

일단 붓을 놓았다.

그리고는 내가 환갑이 되는 10년 후쯤에는 전시회를 한 번 할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은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세월은 이리도 빨리 흘러

15년이나 흘러 버렸다.

그 오랜 세월 -정말 오랜 세월이다 - 나는 나의 그림들 (진짜 그림과 그리고 싶은 나의 마음 )을 일단 창고에 넣어 두고

언젠가 그걸 꺼낼 수있는 때가 오면 그때 그림을 다시 만나리라, 그러나 억지로 만들려고 노력하지는 않으리라,

막연히 그리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썩 편하지는 않았다.

그림 그리는 것이 숙제도 아니고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닌데 

맘 속에 늘 찜찜함이 들어 있는 이유는 또 뭘까?


어쨌든 그러며 살고 있던 차

마침 몇해 전 이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그림 그릴 만한 공간조차 없어져 버리니

(뭐 그러나 꼭 그리겠다면 그 정도 공간쯤이야 마련 못할라고? 다 핑게지 뭐)

나의 마음은 오히려 편했다.

그리고 싶어도 공간이 없어서 못하는 거야- 아주 그럴 듯한 핑게를 대면서.


이제 드디어

작지만 그래도 의자 하나 이젤 하나 놓고 팔 움직일 만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사실은 그 정도 공간은 하시라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내 마음이 아직 그리 움직여지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제 구체적으로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다시 그림을 그려 보자.


나는 지금 꿈에 부풀어 있다.

다시 붓을 잡고 물감을 칠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기분이 좋아진다.

일단은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자.

많이 많이 칠하자.

사회 발전이나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 따위 생각 말고

그냥 물감을 칠하자.

나 죽을 때까지 내가 갖고 있는 물감은 다 쓰고 가야지.

^.^*




출처 : 정동사랑방
글쓴이 : 이재민 58 원글보기
메모 :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스토리  (0) 2022.07.20
가락동 시절  (0) 2022.07.20
하롱베이  (0) 2014.03.29
올림픽 공원  (0) 2006.11.07
Daum칼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0) 200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