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명이 생겨서 병원에 갔었는데
엊그제는 화상을 입었다.
참 짜증난다.
나이가 들어 무언가 행동이 깔끔쌈빡하지 못하고 자꾸만 스치고 박고 하더니
가스불에 찌게 끓이다가 팔을 데었다.
찌게냄비 너머에 있는 무엇을 집으려다가 옆에 있는 무엇이 찌게냄비속으로 떨어지고
냄비 너머로 뻗고 있던 팔에 끓던 국물이 튀어올라서
화상을 입은 것이다.
처음엔 별로 심한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들은대로 일단 찬물에 식히고
바셀린을 발랐다.
왼쪽 팦꿈치 아랫쪽의 안쪽으로 길게 붉어졌다.
참 왼쪽 팔이 수난이다.
25년 전에도 왼쪽 팔을 다쳐
지금까지 그 팔을 곧게 펴지 못하는데
그 팔을 또 바깥쪽으로 약간 틀어서 보존을 하고 있다.
팔모양이 우습다.
팔모양도 그렇고 살갗도 그렇고
그런건 다 그렇다고 치자.
내 오른팔 아랬쪽 약간 바깥쪽에는 화상흉터가 있다.
내가 못 보는 곳이다.
보려면 팔을 돌려서 일부러 봐야한다.
그건 내가 아주 어릴때 세살 쯤 입은 상처란다.
나는 물론 기억이 없다.
지금까지 흉터가 선명한 걸 보면
그때 다쳤을 때 매우 아팠을 것이다.
마악 울었을 것이다.
근데 나는 전혀 기억이 안난다. 다행이다.
오른쪽 팔과 대칭되는 왼쪽 팔의 그 비슷한 부위에는
수술자국이 있다. 기-일다.
25년 전에 팔꿈치 뼈 부서졌을 때 수술한 자국이다.
여기도 내가 못 보는 곳이다.
여길 보려면 거울을 봐야만 한다.
아무리 팔을 돌려도 편하게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양쪽 팔에 다 흉터가 있지만
나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속은 편하다.
안보이니까 신경도 안쓰이니까.
이번에 데인 곳은 내가 잘 볼 수 있다.
그래서 약을 잘 바를 수도 있고 변화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건가?
처음 데이고나서 흐르는 물에 30분을 씻어야한다는데
나는 그렇게 오래 하는 것인줄은 모르고
그냥 3분 정도 했을까? 5분도 안됐을 것 같다.
그리고나서 '내가 좋아하는. 믿고 의지하는' 바셀린을 발랐다.
그건 잘 한 거라고 한다.
작은 놈이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약국에 들러
내가 데인 곳의 사진을 찍어보내라해서
그렇게 했더니 약사가 그걸 보고 응급처치할 약을 주었다.
가제에 에탄올을 적셔 마를 때까지 상처부위에 놓았다가
마르면 다시 또 뿌려주라고 했단다.
그 말대로 밤중이 될때까지 그렇게 했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열기도 없고 따끔거림도 없어지고 상쾌했다.
물론 버얼건자국은 계속 있지만.
그래서 나는 병원 가기로 했던 마음을 접고
(안 아프니까 갑자기 병원가는 게 매우 귀찮아졌다)
그냥 지금까지 어제오늘 이틀을 집에 있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셀린만 꾸준히 바르면서 말이다.
어쨌든 상처의 모양이 정리가 되어가는 중인 듯하다.
붉은 범위가 다소 명확해지면서 집중이 되어간다.
조금 지나면 기포가 생기지 않을까
대충 적당히 넘어가면 좋겠는데
그래도 나는 진득한 성격이니까 섯불리 상처를 건드리지 않을 자신은 있다.
그리고-
이제 나이 들어 자꾸만 이런 실수를 해서
드디어 상처까지 나게 만드는 이런 상황이
참으로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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