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각중

옛날에 옛날에(3)-때로는 정말 견딜 수 없는 때가 있다

여왕폐하님 2002. 5. 3. 22:37
때로는 정말 견딜 수 없는 때가 있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회사밖에 없단 말인가?
갈 줄 아는 데는 회사밖에 없단 말인가?
기껏 생각해낸 곳이 롯데월드라니-

답답한 내 마음 달래기 위해서 생각해낸 방법이
또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시간이 있어도, 시간을 주어도,
기회가 있어도, 기회를 주어도,
갈 수 있는 곳은 회사밖에 없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차만 딴 길로 돌리면 되는데-

나는 갈 곳이 없다.
갈 줄을 모른다.

답답한 가슴 풀고도 싶으나
방법을 모른다.

술 생각도 안 나고, 담배도 아니고,
수다도 아니고, 하소연도 아니고,
다 아니고-

방법이 없다.

일상에서 이탈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으나
그것도 용기가 없다.

언제까지 이렇게 미지근하게 있어야 할까?

때로는 정말 견딜 수 없는 때가 있다.

내가 없어서 안 되는 것도 없고,
내가 있어야 되는 것도 없다.
내 존재의 의미를 아무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단 한 가지,
내가 엄마 앞에 가면(먼저 죽으면) 안 된다는 것 외에는.

'때로는 가을 낙엽처럼 허무한 것' - 박미선의 사랑이야기-

일에 맞닥뜨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무엇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나는 그냥 또 회사로 오고 말았다.
바보같이.
언젠가 한 번은 다른 곳을 찾아가 봐야겠다.
정말로.
그런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지만.
1991.10.7.10:50 AM

<현풍휴게소>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