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휴대폰은 꼭 필수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게 없어서
난 마치 주민등록증 잃어버린 사람같이 불안해했다,
지금도 물론 불안하다.
전혀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게 없으면 이 세상 살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마치 내가 지금 '휴대폰 소유법'을 어기고 있는 것처럼
나는 불안에 떨고 있다.
그리고 빨리 그것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참 우스운 일이다.
며칠, 불안하긴 하지만 조용한 일상이다.
필요없이 쓸데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
뛰어가 확인하는 짓거리를 하지 않으니 좋다.
특별히 불편할 것도 없다.
그냥 습관일 뿐이다.
그동안 휴대폰으로 받던 연락사항들은 내가 미리 체크하면 된다.
거의가 은행 예금 관계 정도다.
미리 만기일을 체크해 놓으면 되고 (예전에도 그렇게 했다)
쓸데없는 스팸문자나 스팸은 아니더라도 과잉친절 문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
연락을 하려면 내가 전화를 걸면 되고
집전화는 있으니 집전화로 받으면 되고
밖에서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면 된다.
휴대폰 대신 이제부터는 동전을 챙겨갖고 다니면 된다.
아, 참 교통카도도 되는 것 같고
어떤 신용카드도 되는 것 같다.
(근데 옛날 공중전화 카드는 안된다. 아까 나갔을 때 해 봤더니 그건 안된다고 써 있었다.)
지금 나는 열심히 휴대폰을 찾고 있다.
여기저기 쓰던 옛날 휴대폰을 좀 찾아봐 달라고 부탁을 해놓았는데
막상 찾으려면 아마 힘들 것이다.
한편으론 기대를 하고 한편으론 포기하고 있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찾아헤맸으나 결국 실패하고
새것을 돈을 제대로 주고 사고야 말았다.
그걸 10년 가까이 썼으니 오래 썼다고 해야할까?
나는 이 기회에 휴대폰 없는 옛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나
주위에서 그렇게 놓아두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오랜동안 그 생활에 젖어있어서
아마도 나의 희망사항을 용감하게 밀고 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아쉽다.
내가 용감하지 못해서 남들이 하는대로 세상을 따라가는 것이
안타깝다.
나에게 좀 더 강한 구석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쨌든 휴대폰을 다시 개통할 때까지
너무 불안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느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에는 해답이 없다. 어차피 해답이 없을 바엔 속이나 너무 끓이지 말라'
나도 항상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가슴은 늘 불안하다.
나이 들수록 더욱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휴대폰이 있을 때도 그랬다.
휴대폰이 없으니 더 한 것 같기도 하다.
참으로 맘에 안든다.
^.^*
'아직도 생각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이 그치지 않고 (0) | 2015.01.29 |
---|---|
아직도~가 아니라 더욱더~ (0) | 2014.11.28 |
아무래도 (0) | 2013.03.07 |
엄마 생각이 나서 울었다-7년 전과 같은 제목이네 (0) | 2012.06.15 |
그 때 그 곳의 그 아이 (0) | 2012.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