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0일
요즘은 내가 페넬로페가 되어
낮에 박은 재봉실 밤에 뜯고 하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 한심해하면서도
그래도 조금은 재미있어하기도 했는데-
요즘들어 부쩍 전과 달리
아침에 세수하고 어쩔 수 없이 거울 보며는
축 처진 얼굴이 새삼스레 돋보이면서 한심한 생각이 들어
그렇지 뭐 내가 늙었지 뭐 당연하지 뭐
애써 외면하고 잊으려하기도 했지만-
엊그제 모처럼 콘도, 아니 호텔에 놀러가
물놀이도 하고 사우나도 오래 하고
잠도 따뜻하게 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렇게 나름 기분전환도 하고 왔는데-
어젯밤부터 급격히 기분이 처지는데
이번에는 전처럼 금방 그치지 않고
오래 가더니-
드디어 잘 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꿈을 많이 꾸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물론 생각이 나지 않지만
매우 복잡하고 그런 꿈을 꾸다가
아침에 깰 무렵
드디어 엄마가 나왔다.
연못에 물이 많아 목까지 차있는데
내가 그 속에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물이 너무 많으니 물을 좀 빼달라고 소리쳤는데
엄마가 와서 나를 끌어내 주었다.
나는 엄마와 안고 걸음을 옮겼는데
그 엄마 가슴의 푸근함이 현실과 똑같았다.
어렸을 때 엄마 품 바로 그것 말이다.
엄마와 같이 누우려고 했는데 내가 잠이 서서히 깼다.
그러면서 이건 꿈이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눈물이 나왔다.
전에도 꿈에서 엄마를 보며는 깨서는 눈물이 나왔다.
그런데 오늘은 눈물이 계속 그치지를 않는 거다.
나오고 나오고 계속 나온다.
이불 속에서 울다가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도 울고 세수하면서도 울고
그리고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만들었다.
그런데 계속 눈물이 나온다.
울고 있는데 남편이 우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면서 꿈얘기를 했는데 하면서도 계속 울었다.
계속 계속 울음이 나와서 할수없이 우는데
눈물만 나오는 게 아니라 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소리내어 울었다.
이러구저러구 얘기하면서 계속 울었다.
살면서 항상 내몫도 못 찾아먹은 나의 무능이 이제와서 후회가 되고
그림도 그리다 말고,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선물가방 지퍼도 아까워서 자르지도 못하고 재봉틀 박은 거나 뜯고 앉았고-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살고 있는지-
왜 울음이 멈추지를 않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때 울음 그치면 더 나쁘니까 계속 울어야한다며
그래서 소리는 내어 울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크게 소리를 낼 수는 없고
그러면 딴 집에서 초상난 줄 알까봐
하여튼 적당히 소리를 조절해가면서 울었는데-
어제 내가 하도 우울해서
내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인간이고
이제 내가 살아야할 아무런 당위성도 찾을 수 없고
그래서 동훈이한테까지 그런 말을 했다.
물론 위안받고 싶어서.
엄마는 돈도 못 벌고 너희에게 해주는 것도 없고
지금 하는 일도 없고 -
예상대로 녀석은 내게, 엄마에겐 형과 자기가 있고
우리에겐 지금까지 해주었고 우리도 엄마가 없으면 아쉬울 거라고
위로를 해 주었지만
그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니까
나도 객관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바이니까
그걸로 나의 답답하고 한심한 마음이 풀어지지는 물론 않았다.
엄마라는 사람은 물론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나의 엄마는 내가 나이가 한참 들고 엄마도 많은 나이에 가셨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지는 않다고도 얘기했었다.
그리고 내가 하도 별볼일없는 엄마라서
내 아이들은 지금 엄마가 없어진다해도 아쉬울 게 없을 거란 얘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가 꿈에 나타나서 나를 울린 걸 보면
엄마란 항상 아쉬운 존재라는 걸 알려주려고 그런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내 나이가 많아졌을 때 돌아가셔서 구체적인 아쉬움은 많지않다해도
이렇게 나이가 많아져도 마음이 허할 때는 엄마 생각 나듯이
나에게 엄마는 아쉬운 존재이고,
그런 것처럼 나 역시 나의 아이들에게는 아쉬운 존재라는 걸
얘기해주려고 내 꿈 속에 나타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도 엄마가 꿈에 나타났었다.
엄마가 왔다가면 난 항상 눈물이 난다.
전에는 안 그랬었는데 요즘들어 그렇다
나이가 들어가니 오히려 그렇다.
늙어가서 그런가보다.
이제는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게 아니고 늙어가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늙는다는 것을 나는 거스르지 않는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왜 이런 상태가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야말로 뚜렷한 신체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지루성피부염이 얼굴 한가운데 버티고 앉아서 그것이 매일 나를 우울하게 하고 있기는 하다.)
뭐 특별한 이유가 새로 생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것이 갱년기 증세인가 생각해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속세에서 말하는 갱년기 증세(육체적 정신적)를 겪은 적이 없다.
그래서 뒤늦게 갱년기 증세가 이제서 나타나는 것인가?
지금까지 살면서 우울하고 침울하고 처지고 하는 때가 물론 많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울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때는 없었으므로
울음이 줄줄이 이렇게 나올 때는 없었으므로
나도 기이할 정도인 것이다.
이러구저러구 이럭저럭 그야말로 또 이럭저럭 살아야지겠지만
이 야릇한 경험이 앞으로는 없어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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