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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사랑 가슴에 안고

여왕폐하님 2016. 9. 2. 18:40

기사-독도 사랑 가슴에 안고

[여론매체] MBC `독도 사랑 가슴에 묻고'

장애인들의 작은 투쟁기록

한겨레 1997/04/22 1판 021면 905자 이재민씀

장애인 친목단체인 '징검다리' 회원들이 독도 사랑을 담은 동판을 만들어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동해 바다에 묻었다. 이들은 정상인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 장애는 육체적인 기능의 문제일 뿐 모든 것은 정신에 달려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쳐주었다.

문화방송 텔레비전이 20일 장애인의 날(오전 7시20분~8시10분)에 방영한 특집 다큐멘터리 (독도 사랑 가슴에 묻고)(연출 박봉곤)는 일반인의 고정관념에 대한 장애인들의 작은 투쟁기록이다.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지체장애인, 손과 발을 마음대로 가눌 수 없는 뇌성마비장애인, 말을 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 등 열다섯명의 장애인들은 해발 9백84미터의 울릉도 성인봉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정상인들도 배우기 힘든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해 수심 20미터 되는 동해 바다에 들어가 모두가 함께 독도사랑을 새긴 동판을 묻었다.

눈이 채 녹지 않은 성인봉을 두 손과 두 발로 기어올라가는 장면, '나 혼자 할께요' 하면서 자원봉사자의 손을 거절하는 모습, 깊이 쌓인 눈에 빠져 자꾸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걷는 모습 등 장애를 극복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보는 사람의 눈시울을 덥게 했다.

교통사고 이후 14년 동안 바다를 보지 못했던 구족화가 한미순씨가 산중턱에 홀로 남아, 산과 바다를 화폭에 담는 모습은 우리에게 세상과 인생과 삶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장애인에게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그들도 정상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기획자의 말처럼 이 프로에는 장애인과 관련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보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장애인이기에 겪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장애인고용문제 등이 다뤄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 점이 오히려 이 프로의 성격을 모호하게 한 면도 없지 않다. 50분이라는 시간 안에 시사적인 사회문제와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를 동시에 부각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님을 다시한번 증명한 셈이다.

장애인들에겐 삶에 대한 의욕과 자신을, 비장애인들에겐 온전한 육체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일깨우는 이런 프로가 언제나 특집이라는 이름 아래서만 만들어진다는 게 유감이다. 이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