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신문기사

장동건 인터뷰

여왕폐하님 2016. 9. 2. 18:47

(1997. 4.12. 한겨레신문)


‘이번에도 똑같은 악역이거든요, 그렇다고 지난번하고 똑같이 할 수는 없잖아요?“

탤런트 장동건은 ‘의가형제’에 이어 ‘모델’에서도 자신의 야망만을 좇아 주위 사람들을 괴롭힌다. 차이가 있다면 전과 달리 자기의 본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에다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어릴 때 아버지의 죽음을 방관하는 삼촌의 모습을 목격하고나서 삼촌에 대한 증오심을 간직하게 된 미국유학생 출신의 모델이다.

연이어 비슷한 성향의 역할을 맡고 보니 시각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멜로드라마에 등장하는 착한 남자 주인공 역은 “연가하기가 재미없어” 차라리 이런 고민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단다.


비록 드라마 속에서지만 프로 모델이 되는 길은 간단치가 않다. 얼굴 표정뿐만 아니라 몸놀림에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촬영 시작 전 한 달 정도, 일주일에 두세번씩 워킹 연습을 했는데 “다리가 휜 데다 팔자걸음을 걷기 때문에 애를 먹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금도 패션쇼 장면을 찍을 때가 제일 쑥스럽다.


호화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비난도 신경쓰인다.

“모든 드라마가 다 우중충할 수만은 없잖아요. 모델이라는 직업을 표현하려면 화려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죠. 안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연기자가 역을 맡은 이상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야죠. 하지만 꼭 호화스런 장면만 있는 드라마는 아니고 화려하지 않은 장면도 많아요.”

‘나이를 먹어’(그는 우리나이로 스물여섯이다.) 팬들의 연령층이 전보다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소녀팬들의 열성은 아직도 여전하다.

평촌에 있는 집까지 찾아와 ‘담벼락에 별의별 글을 다 써 놓는다‘며 얼굴을 붉히는 걸 보면 아마 극성스런 사랑고백도 심심찮게 있는가보다.

하긴 초등학교 시절부터 밸런타인데이가 아니더라도 선물받은 초콜릿이 책상 위에 가득 쌓이고, 고등학교 때는 이웃 여고에 ‘장동건 팬클럽’ 생겨났을 정도였다니 당연한 일이다.

“탤런트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숫기도 없고 끼도 없거든요”

그러나 연습 때보다 정작 촬영 때 연기가 더 잘 되는 것이나, 힘들게 입학한 예술종합학교의 졸업장을 영화출연 욕심과 바꾼 걸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감춰져 있는 끼를 미처 자각하지 못한 것일 게다.

대입 4수를 포기하고 택한 연기세계에서 그는 일단 성공했다. 때로는 너무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출연 작품 수가 늘어갈수록 연기도 늘어간다는 칭찬을 더 많이 듣는다. 이는 그가 지난 몇 년의 연기생활에서 쉬지 않고 변신해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재민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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