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음~
지금 올해 하나의 숙제를 끝내고 돌아왔어요. 동회 아니 주민센터에 가서 팩스를 하나 보내고 왔지요. 해마다 새해가 열리면 봄 시작 즈음에 팩스를 한 번 보내는 일이 몇년 전부터 시작된 저의 숙제인데요 그건 무엇이냐하면 제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를 그곳에 보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증표인 주민등록등본을 그곳에 보낸답니다. 그러면 그곳에서 저의 통장으로 입금을 해주지요. 굉장히 소소한 금액을 용돈에 보태쓰라고. ㅋ 저희 종중회에서 65세이상된 노인들에게 1년에 한번 주는 일종의 경로우대금(?)이죠. 그러니 해마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를 보내야하는데 문제는 그 방식이지요. 그걸 꼭 팩스로만 보내야한답니다. ㅋ 팩스, 참 오랜만에 듣는 단어지요. 저도 뭐 요즘 나오는 각종 새로운 송수신방법을 다 쓰진 못하지만 그래도 사진찍어 폰으로 보내는 것까지는 하는데 거기서는 이메일, 폰 다 안되고 꼭 팩스로만 하라니 ㅋ 그래도 우편으로 부쳐야만 한다거나 직접 가지고 와야만 한다거나 하는게 아니니 그나마 다행인가요? ㅎ 그런데서 일하는 분들이 다 노인분들이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몰라 그러는 거지요. 그리고 약소한 금액이라도 받으려면 하라는대로 해야하는데, 그리고 그리하는 것 다 좋은데 문제는 저도 팩스 보내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데 있지요. 아시겠지만 (예전에 다 팩스 써보셨을 테니까요) 그 팩스라는 것이 무언지 모르게 모호하지요. 그 삐~~~하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보내놓고도 보내졌는지 아닌지 확실치 않고 보내놓고 전화로 또 확인해야하고~~ 뭐 하여튼 그리 쌈박한방법은 아니지요. 그래서 팩스 보내는 것은 저한테도 숙제이지요. 요즘은 팩스도 피시로도 보낼 수 있다는데 그걸 이용하려면 또 여러가지 수고가 또 따르고 1년에 한 번 이용하려고 여러가지 수고를 하느니 그냥 한 번 나가서 숙제를 하는 걸 택했지요. 전에는 동회, 아니 주민센터에서 팩스를 사적으로 쓰게 하지 않아서 우체국에 가서 500원 주고 했는데 지난번에 주민센터 가보니 팩스를 설치해놓고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놓았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주민센터에 가서 팩스를 보내려고 팩스기계 앞으로 가니까 웬일로 친절하게도 동회 직원 한 분이 나와서 도와주고 설명해주고 보내주네요. 고마워서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외쳐댔죠. 어디서나 대우 못받는 노인네를 이렇게나 도와주다니 - 정말 고마운 일이죠. 그리고 올해 숙제를 드디어 해냈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름에 매일 나가 쉬던 아파트 벤치에 앉아서 미리 준비해간 커피도 타서 마셨지요. 날씨가 그리 따뜻하진 않았지만 잠시 앉아 커피 한 잔 마실 수는 있었어요. 그래서 모처럼 지금 기분이 가벼워져 이렇게 일기도 쓰고 있답니다. 이제 부엌으로 나가서 오늘 새벽배송 받은 야채들 정리해야겠네요. 아무리 게을러도 먹기는 해야하니까요.ㅋ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