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살에 다시 간 거기>
그래서 내가 거길 가고 싶지 않은 거였다.
이렇게 마음이 아플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때 내 나이가 스물넷이었는데
그 때부터 새로 시작한 나의 나이는
지금 그보다 훨씬 많은 서른하나다.
아 세월이 이리 흘렀고나.
그 세월을 한마디로 어찌 표현하겠느냐고
한 기자가 물었다.
그 세월을 그 긴 세월을 그 많은 세월을
어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가.
나는 못 한다.
어떤 똑똑한 사람은 할 수 있을까.
난 그저 잊고 살고 싶을 뿐이었다.
잊지 못해도 잊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거길 가지 않은 것이었는데
그래서 그냥 20년 넘어 30년 다 돼가는 세탁기 냉장고 아껴 쓰며
그래서 그냥 밥 잘 먹는 아이들 얼굴 쳐다보며
그래서 그냥 테레비 드라마 열심히 보며
그래서 그냥 분홍 스타킹 신고 분홍 스카프 두르며
그래서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었는데.
새 나이를 서른한 살이나 먹었으니
이제는 조금은 괜찮을 줄 알고
이제는 조금은 무디어졌을 줄 알고
거길 간 것이었는데.
마음이 이리 아플 줄
이리 눈물이 흐를 줄
정말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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