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각중

서른한 살에 다시 간 거기

여왕폐하님 2006. 3. 17. 23:26
 

<서른한 살에 다시 간 거기>


그래서 내가 거길 가고 싶지 않은 거였다.

이렇게 마음이 아플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때 내 나이가 스물넷이었는데

그 때부터 새로 시작한 나의 나이는

지금 그보다 훨씬 많은 서른하나다.


아 세월이 이리 흘렀고나.

그 세월을 한마디로 어찌 표현하겠느냐고

한 기자가 물었다.


그 세월을 그 긴 세월을 그 많은 세월을

어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가.

나는 못 한다.

어떤 똑똑한 사람은 할 수 있을까.


난 그저 잊고 살고 싶을 뿐이었다.

잊지 못해도 잊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거길 가지 않은 것이었는데

그래서 그냥 20년 넘어 30년 다 돼가는 세탁기 냉장고 아껴 쓰며

그래서 그냥 밥 잘 먹는 아이들 얼굴 쳐다보며

그래서 그냥 테레비 드라마 열심히 보며

그래서 그냥 분홍 스타킹 신고 분홍 스카프 두르며

그래서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었는데.


새 나이를 서른한 살이나 먹었으니

이제는 조금은 괜찮을 줄 알고

이제는 조금은 무디어졌을 줄 알고

거길 간 것이었는데.


마음이 이리 아플 줄

이리 눈물이 흐를 줄

정말 상상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