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각중

눈이 오네

여왕폐하님 2015. 11. 26. 17:06

숙제(?)를 하려고 나갔는데

무언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비가 오나? 했었는데

눈이다.

진짜 하얀 눈이 파르르 떨어지고 있었다.


아, 정말 눈이 오네!


눈이란 것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맞는 것처럼

생소하다. 이상하다.

근데 물론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새롭다. 좋다.

아이들처럼 마구마구 뛰어다니고 싶음 마음은 아니지만

마음이 조용해지면서 가뿐해지는 기분이다.


숙제(?)를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마루에서 베란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니

눈이 아까보다 더 많이 내리고 있다.


어머나 저거 봐, 정말 눈이야!


그 창문으로 

예전엔 한번도 눈 내리는 걸 본 적이 없는 듯하다.

30년 전부터 15년 전까지 

15년을 여기서 살았는데

그 짧지 않은 시간을 여기 바로 이 집

지금과 똑같은 이 곳에서 지냈는데-

왜 그때 그 시절 눈 내리는 걸 본 기억이 없는 걸까?


아니 지금 생각하니 생각이 난다.

눈이 많이 많이 쌓였고 아이들과 같이 눈사람을 만들고

같이 찍은 사진도 있다, 그래.


그런데도 새삼스럽다.

베란다 창을 통해 공원 은행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하얀 눈발을 보는 것은

참으로 새삼스럽다.

처음 같다.


이제서야 내가 아무런 인생의 숙제 없이

온전히 편하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볼 수 있게 된 듯하다.

예전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는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저며지는 듯 했지만

무언가 모를 밑바닥의 불안함이 늘 가라앉아 있었던 듯하다.


아마도 예전의 그 무거운 인생의 숙제에서 벗어나

은행출입이나 장보기 같은 비교적 가벼운 숙제만 하면 되는

지금의 내 생활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만든 듯하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축복 받은 상황이다.


지금 눈은 그쳤지만 공원 마당에는 

노란 은행잎들이 가득 덮혀 있는 채로 있다.

그 풍경을 베란다 창문으로 온전히 볼 수 있다.

참으로 평온하고 축복 받은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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