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달 전인데
그때 나는 좀 대범했었나?
생각해보니 그때가 나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때의 기록들을 다 잃어버렸다.
2000년정도부터 2020년까지의 나의 사진들 문서들을
컴퓨터에 저장해놓았는데
그것들이 들어있는 하드가 나가버린 것이다.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렇게 크게 서운하지는 않았다.
다시 복구를 해도 되고 못하게 되면 할 수 없지 뭐
그리고는 시간이 좀 지나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왕 없어진 거 그냥 없어지게 놓아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차피 언젠가는 정리해야할 것들인데
내가 하기 전에 기계가 알아서 해줬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일단 두고보자 하면서 내심으로는 그냥 버리기로 생각하는 쪽으로
그런 생각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었다.
지금 시간이 좀 지나니 조금 헷갈린다 오히려.
어차피 그 사진들 글들은 나에게만 중요한 것이고 나만 볼 것들인데
그리고 그 사진들은 다 내 머릿속에 다 저장이 되어있어
그냥 내 눈에 선하게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뭐 굳이 다시 복구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또 나의 가장 좋았던 20년간의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또 서운하기도 하다.
나는 역시나 대범하지도 못하고 실용적이지도 못하고
그냥 언제나 한심하구나.
이렇게 정했으면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시 돌아볼 용기도 없고
아니 용기라기보다는 부지런함이라고 해야할 듯하다.
나의 지금의 모든 갈등들은 나의 나태에서 나온 것이나니.
나도 안다.
모든 일들을 하려면 부지런해야 하는데
최소한 나태하지는 말아야하는데
나는 이제 너무나 나태해졌다.
편한 삶에 아주아주 녹아버렸다.
조금도 부지런해지고 싶지 않다.
조금이라도 귀찮은 짓은 하고싶지 않다.
무언가 좀 해야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별볼일없이 생을 마감해도 되나
무언가 남겨놓아야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잊혀지는 것이 너무 억울한 건 아닐까
그러나 무엇이든지 하려면 일단은 부지런해야하는데
나는 요즘 최소한의 부지런함도 없다.
최대한의 나태에 빠져 살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나 자신 나태한데 코로나 시국이 그걸 합리화하고 있다.
내게는 적절한 핑계가 생겼다.
그러나 그것때문에 또 나는 얼마나 불안한가.
그렇지않아도 걱정도 팔자인 내게 아주 커다란 불안감을 안겨주면서 나를 놀린다.
나는 무언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또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반문하면서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생각만 많다.
생각도 하다가 미룬다 요새는.
그냥 편안하게 게으르게 지내는게 쉬우니까 그런 생활에 좋은 이론을 갖다붙이려고 한다.
그런 생활이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나의 머리가 그걸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할 뿐이다.
생각이 왔다갔다 한다. 헷갈린다.
대범하게 지난 것들은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두고
생각지 말고 미련갖지 말고
편하게 쉽게 그야말로 '어이없게' 그냥 사는 것이 나을까
몸은 한없이 편한 것만 찾으면서 머리는 아직도 복잡하니
나는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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