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촌 빈 밭에 엎어져 있는 후줄근한 배추더미, 갸우뚱한 리어카, `따로 또 같이' 의지하며 바람을 맞고있는 자그마한 소나무 두 그루, 멀리 가까이 보이는 침침한 겨울산, 모두 다 황량하지만 날씨풀린 겨울 하늘은 의외로 파아말갛다. 일단 토요일 출발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밤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으리.. 그림 2001.02.11
맑은날에 그리고 싶은 노래(하) 그때까지도 나는 언니와는 물론 작은오빠하고까지도 같이 한 방을 쓰고 있었으므로(큰오빠는 미국 유학중이었다) 그 크지 않은 방에는 꽤 여러가지 물건들이 혼재해 있었다. 베니아판으로 만들어진 낡은 책상과 검은 색 쇠다리에 질 나쁜 비날방석이 깔려 있는 볼품없는 의자가 방의 양쪽 구석에 서 .. 그림 2001.01.31
문리대 미술반 이야기(하) 하여튼 나는 내 실력 되는대로 그림을 그렸다.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하룻만에 다 완성을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림이 부실해서 그런 것이었겟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그림이 월등히 좋아진 것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감히 어떻게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지금이 게을러져서 그런 건가? .. 그림 2001.01.31
문리대 미술반 이야기(상) 대학엘 들어가니 거기 미술반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너무나 재주 많은 아이들 틈에서 별다른 생각없이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한 학과 공부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생각을 못하고 기가 죽어 지내다가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대학엘 들어가니 나는 정말 날 것 같았다. 살 맛이 났다. .. 그림 2001.01.31
바리공주 32절지(16절지였나?) 하얀 모조지를 정성스레 실로 꿰매 묶어 만든 나의 만화책 <바리공주>는 지금 없다. 부모가 버린 `바리공주' 얘긴데 구체적인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여튼 네모칸도 반듯반듯이 쳐가면서 연필로 정성스레 그린 것만은 확실하다. 기다란 머리를 한 가닥은 동그랗게.. 그림 2001.01.29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늦었지만 크리스마스 카드와, 또 연하장을 보냅니다. 윗그림은 지난번 '아름다운 서울그림전'에 냈던 '왕십리역에서'라는 그림이구요, 맨 끝에 있는 그림은 '홍익화우회전'에 냈던 '눈내리는 내소사'입니다. 그리고 가운데 두 그림은 작년(벌써 재작년이 되나요?) 겨울에 전라.. 그림 2001.01.01
왕자의 크레이언(상)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일보사에서 주최하는 '군사혁명 1주년 기념 전국 어린이 미술실기대회'가 있었는데 나도 어찌어찌해서 뽑혀나가게 되었다. 나는 국민학교 때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좀 그리는 편이었지만 지극히 조용하고 너무나 모범적인 어린이여서 선생님들 눈에 띄기가 힘들.. 그림 2000.11.11
왕자의 크레이언(하) 그 그림을 어떤 식으로 그렸는지는 기억이 전혀 없다. 다만 그 근처에 가득히 들어앉았는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하나도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인간들은 빼고 자연과 건물만을 그렸는데 그 이유는 단지 그 많은 사람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게 나로선 꽤 복잡하고 어려워서였다. .. 그림 2000.11.08
냉면 속의 삶은 계란 나보고 그림 잘 그린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보고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듯이.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늘 자신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전국 어린이 미술실기대회에 나가서 입선한 것은 너무나 하찮은 일이었고, 어린 시절 그림 베끼기나 중학시절 만화 그리기 같.. 그림 2000.11.02